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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 돌보기도 프로처럼, 스마트 그래니의 대활약
김경화 컬럼위원 기자   입력 2021.10.15 am09:21   기사승인 2021.10.18 am12:00 인쇄
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는 3시는 예순 다섯 살 젊은 할머니 A씨의 출근시간이다. 아이들 먹일 간식과 함께 놀아 줄 교구도 이미 챙겨 두었다. 시간 맞춰 아파트 입구로 나가면 어린이집, 유치원 통학 버스들이 줄줄이 들어온다. 버스에서 내리는 아이들을 맞이해서 집으로 데려오면 그 때부터 A씨의 ‘스마트 그래니(할머니란 뜻의 그랜드마더와 보모라는 뜻의 내니를 합친 신조어)’ 근무 시작이다.

5세 두 명, 6세 한 명, 7세 한 명 모두 4명의 아이들이 시끌벅적 들어오면 우선 화장실로 직행, 손부터 씻기고 집에서 찐 고구마, 감자 등을 먹인다. 간식은 매일 조금씩 다른 메뉴를 직접 만들어 먹이는 것이 나름의 원칙. 오늘 시간표는 보드게임, 동화책 읽기, 그림 그리기다. 선생님은 물론 A 씨. 시간표 역시 메뉴처럼 매일매일 다르다. 점토놀이도 하고, 동화책도 읽어주고 음악 감상도 한다. 햇살 놓은 날에는 단지 내 놀이터에 가서 놀기도 하고, 근처 공원에 산책도 간다. 어린이집 못지않은 프로그램이다.

A씨는 같은 아파트 단지 내에 사는 외손주 2명과 이웃 아이 2명을 맡아 돌봐 주고 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5일, 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는 오후 3시부터 7시까지가 근무시간이다. 부모들의 퇴근이 늦어지면 더 데리고 있기도 한다. 그 외 시간은 자유로우므로 개인적인 볼일도 볼 수 있어 불편함은 크게 없었다. 코로나 때문에 어린이집이 휴원 하는 날이 많은 요즘엔 돌봄 시간이 크게 늘어나 힘이 들지만, 다들 어려운 상황이니 함께 견뎌낸다는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
딸아이가 맞벌이하면서 육아문제로 쩔쩔매는 것을 보다 못해 자청한 일이었다. 경력 단절의 아쉬움이 늘 남아있던 A씨는 딸만큼은 커리어우먼으로 멋지게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 처음엔 아이들이 어려 돌봄 위주였지만, 점점 자라면서 교육까지 신경을 쓰게 되었고, 이왕이면 제대로 해보자 싶었던 A씨는 똑똑한 할머니 ‘스마트 그래니’가 되기로 맘먹었다.

A씨는 유아교육에 관한 공부를 시작했다. 복지회관이나 도서관에서 무료로 시행하는 어린이 독서교육이나 영어동화책 읽기, 종이접기 강좌 등을 부지런히 쫓아다녔다. 두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면 여러 가지 활동을 함께 해보면서 점점 체계가 잡히기 시작했다. 이웃의 맞벌이 부부 아이들까지 함께 돌보게 되면서 이제는 프로가 되었다. 적잖은 수입이 생긴 것도 물론 좋지만 A씨는 일하는 자녀 세대를 지지하고 응원하며 도와줄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보람을 느낀다.

맞벌이 부부(566만 가구. 2019년 통계청 자료)가 증가하면서 조부모가 손주를 돌보는 ‘황혼 육아’가 더욱 늘고 있다. 실제 보건복지부가 육아정책연구소에 의뢰해 실시한 ’2018년 보육 실태 조사'(2533가구)에 따르면, 아이 부모를 도와 가정에서 영유아를 돌보는 사람 10명 중 8명(83.6%)이 조부모로 조사된 바 있다. 조부모에게 육아를 맡길 경우, 기관에 맡기는데 비해 경제적 부담이 줄어드는 것 외에도 아이들의 정서적 측면에서도 장점이 많아 맞벌이 부부가 선호하는 편이다.

최근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생)의 은퇴가 본격화되고 우리 사회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뉴 실버세대'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이전의 노인 세대와 달리 신체적인 건강도 좋으면서 사회 활동에 대한 열망이 높고, 독립적인 생활을 이어 나가고자 하는 이들이 바로 뉴 실버세대다. 이들이 스마트 그래니가 되어 맞벌이 자녀 세대의 육아문제를 맡아 준다면 서로 윈윈하는 일석이조의 솔루션은 아닐까.

전문가들은 "정부가 어린이집 보육료는 지원하면서 조부모의 육아는 당연한 것으로 인식하는 것이 문제"라면서 "출산율 제고를 위해 조부모의 육아에 대한 법적,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2018년에는 손자녀를 돌보는 조부모에게 양육수당을 지급하는 ‘아이돌봄 지원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발의되기도 했고, 일부 지자체에서는 조부모에게 최대 24만원의 양육비를 지급하는 손주돌보미 서비스를 시행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런 제도가 극히 제한된 사람만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외국 속담이 있다. 가족뿐만 아니라 이웃, 지역사회 모두가 노력해야 비로소 한 아이가 온전하게 자랄 수 있다는 뜻처럼 아이 키우는 문제는 국가와 시대를 불문하고 쉬운 일이 아니다. 그야말로 ‘스마트’하게 이 난제를 해결해가는 ‘스마트 그래니’들의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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