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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힘
이경희 컬럼위원 기자   입력 2021.11.05 am09:10   기사승인 2021.11.08 am12:00 인쇄
때는 바야흐로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의 시대라고 한다. 이런 시대에도 과연 아날로그적인 글쓰기가 유효할까. 매일 몇 줄의 글이라도 쓰기 위해서는 보고 듣고 만질 수 있는 현상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유심히 관찰하고 느끼고 생각하면서 표현해야 한다. 꾸준히 자연과 인간의 삶을 깊이 있게 바라보는 통찰력을 갖는 것이야말로 새로운 시대의 독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첫걸음이다.

문학이나 예술이나 사업이나 어떤 분야건 새로운 이야기와 역사(Story & History)를 만들어가는 크리에이터는 천문학적인 양으로 쏟아지는 지식과 정보를 읽고 해석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빅데이터 전문가들은 말한다. 마치 퇴적층에서 발견한 화석을 통해 선사시대의 생태계를 이해하듯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인간의 욕망을 알아차리고 마음을 캐낼 수 있다.

시대의 흐름과 함께 2차원의 평면으로 보던 것을 홀로그램과 같은 가상증강현실로, 모노로 듣던 소리를 서라운드 스피커와 우퍼로 증폭하여 듣고, 향기와 감촉까지 경험할 수 있는 첨단기술로 인해 삶을 언어로 표현하는 글쓰기가 시험대에 놓이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글쓰기가 유효할까하는 의구심을 갖다가 역사의 변곡점마다 큰 영향을 끼쳤던 인문학의 힘을 믿어보기로 한다.

대표적으로 중세 봉건시대 말미에 단테의 <신곡>이 큰 획을 그었고, 르네상스 시대는 금속활자의 발명으로 힘 있는 사람들의 전유물이었던 책이 대량으로 출판되기 시작했고 누구나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계몽주의시대에는 루소의 <에밀>과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프랑스 혁명시대는 빅토르 위고의 <노트르담 드 파리>, 1차 산업혁명시대는 제인오스틴의 <오만과 편견>과 같은 문학작품이 새로운 시대상과 세계관에 질문을 던졌다. 인문학이 질문을 던지면 과학과 기술이 인간 욕망 실현의 답을 찾기 위해 작동해왔다.

최근 한 세대를 지나오는 동안 인류는 가파른 변화를 겪었다. 20세기에서 21세기로, 이천 년대의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가 열렸다. 봉건시대로부터 1차산업혁명이 일어난 18세기까지 천몇백 년 동안 쌓인 것보다 2차, 3차 산업혁명시대와 4차 산업혁명시대에 생산된 지식과 정보의 총량이 훨씬 많다고 한다. 거기다 쓰나미처럼 들이닥친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변화가 가속화되었다. 그러나 질주와 과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조절과 과속방지턱이 필요할 때가 있다. 이때가 바로 숨고르기를 해야 할 때이며 글쓰기는 그것을 가능케 한다.

위험천만한 팬데믹의 기간 동안 오히려 더 많은 글을 발표하며 글쓰기가 나름 목숨을 부지하는 쪽배의 돛대와 삿대 역할을 한다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바람이 거셀 때는 돛을 말아 내리고, 배의 바닥이 닿을 때는 삿대로 밀어내어 배를 띄워야 하며, 하늘에 별빛이 창창한 밤에는 노를 내려놓고 별자리를 살펴야 한다. 어떻게든 살아남아 건너 생명과 자유가 보장되는 안전한 땅에 당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시공간의 제약 없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자기 분야의 글을 온라인상 가상공간에 몇 줄을 심어두었다가 디지털 유목민답게 언제 어디서나 꺼내서 한 편씩 완성해나간다. 그렇게 자신만의 곳간에 종자를 갈무리해두면 기근에도 굶어 죽지 않고 위기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 호화유람선은 아닐지라도 글을 쓰는 일이 개인의 인생과 시대의 거친 강을 건너는 작은 쪽배나 회복탄력성을 얻기 위한 처방이 될 수 있다.

sisag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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