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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어가는 즐거움
김경화 컬럼위원 기자   입력 2022.01.07 am10:17   기사승인 2022.01.10 am12:00 인쇄
얼마 전 동갑내기 친구가 지하철에서 아이를 데리고 탄 젊은 엄마에게 자리를 양보했다가 “할머니, 감사합니다” 라는 인사를 들었다며 황당해 했다. 우리가 아직 할머니 소리 들을 나이는 아니라고 펄쩍 뛰며 함께 분개했지만, 남들에게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는 사실에 씁쓸하기도 했다. 새해가 되면서 싫든 좋든 또 한 살이 더해졌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잘 늙는다는 것’에 대해 자주 생각하게 된다.

2021년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853만 7천명으로 전체의 16.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추세라면 3년 뒤인 2025년 노인인구는 전체 인구의 20.3%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2036년에는 30.5%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2019년 기준으로 65세 생존자의 기대여명은 21.3년(남성 19.1년, 여성 23.4년)이다. 현재 65세 남성은 84.1세, 여성은 88.4세까지 살 수 있다는 말이다.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들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이렇게 긴 시간을 ‘노인’으로 살아가게 될 터이니 ‘어떻게 하면 잘 늙을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이 중요한 화두가 될 수밖에 없다.

‘나이 듦’을 받아들이는 모습은 사람마다 각양각색이다. 나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의식하며 잘 준비해가는 이도 있지만, 피할 수 없는 여정임에도 애써 외면하거나 젊음을 붙잡으려 안간힘을 쓰는 이도 있다. 잘 나이 들어 가기 위해서는 우선 노년에 관한 상투적이고 천편일률적인 이미지 대신 다양하고 새로운 의미 부여가 필요하다.

인류학자 엘리자베스 M. 토마스는 90세를 앞둔 어느 날, 시선을 자신에게로 돌려 ‘나이 듦’의 과정을 찬찬히 관찰한다. 그리곤 특유의 위트와 학자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나이 들며 마주하게 된 삶의 모습을 이렇게 풀어 놓는다.

“노화의 과정이야말로 인간 역사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이다. 늙는다는 건 단순히 심약한 노인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늙는다는 건 낯설면서도 마음을 사로잡는 무엇이 있다. 아마 그건 미지의 세계를 향한 모험 같은 게 아닐까?”

인생 후반에 이르러야 얻게 되는 행복과 성장이 있음을, 그로 인해 그동안 살아온 삶이 더 풍성해질 수 있음을 설파한 노 학자는 90년 삶을 바탕으로 나이 들수록 깊어지는 품위와 삶을 대하는 겸손을 말한다.

독일의 철학자 빌헬름 슈미트 역시 “나이 들어간다는 것은 다른 생명의 성장을 돕고 경험을 이어 전달하며 인생의 또 다른 가능성을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나이 듦’을 긍정적으로 조명한다.

올해 102세를 맞이한 철학자 김형석 교수는 ‘60세부터가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동시에 열매를 맺는 시기’ 라며 ‘인생의 노른자에 해당하는 시기가 바로 이 때’ 라고 말한다.

그는 “60살쯤 되면 철이 들고 내가 나를 믿게 된다. 75살까지는 점점 성장하는 것도 가능하고, 이후로도 노력 여하에 따라 본인의 성취를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환갑 이후에도 성장하기 위해선 “계속 일하고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나이 들어 가는 여정이 축복이 되려면 ‘안티 에이징’이 아니라 ‘웰 에이징’으로 시각을 바꿔야 한다. 이 시기를 어떻게 살아내느냐 하는 것은 오롯이 나의 몫이니 말이다.

sisag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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