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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주류화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
이경희 컬럼위원 기자   입력 2022.04.15 am11:15   기사승인 2022.04.18 am12:00 인쇄
2022년 아카데미 시상식을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은 <코다>가 수상했다. 수상작은 실화를 바탕으로 해서 프랑스에서 <미라클 벨리에>라는 영화로 만들어진 적이 있는 작품이고 우리나라 TV 드라마에서도 스토리를 차용한 적이 있다. 새롭게 발굴되거나 낯선 주제는 아니지만 유수한 후보작을 물리치고 큰 상을 받았다. 영화나 드라마, 그 밖의 대중 예술 장르의 작품들이 그 시대의 패러다임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낸다는 점에서 <코다>의 작품성이 인정을 받았다고 본다. 장애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공동으로 풀어야 할 과제로 떠올랐다.

코다는 CODA(Children Of Deaf Adults)라는 뜻으로 청각장애 부모에게 태어났으나 장애가 없는 자녀를 뜻한다. <코다>에서 부모와 오빠 역을 맡은 세 배우가 실제로 청각장애인이었으니 다른 문화예술 분야 뿐 아니고 영화계에도 차츰 장애주류화가 현실이 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예감이 든다. 장애주류화라는 말은 장애인이 사회의 주류가 된다는 개념이 아니고, 장애인도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주어진 권리를 누리고 능력을 발휘하며 주류(main stream)의 일원으로 살아간다는 의미다.

좀 더 눈을 크게 뜨고 보면 모든 사람은 잠재적 장애인이다. 장애를 안고 태어날 수도 있고, 중도에 질병이나 사고로 장애인이 될 수도 있다. 노년에 이르면 누구나 질병과 노화 속에서 장애라는 터널을 통해 생을 마친다. 치매, 교통사고, 자살률, 감염병과도 관계가 있고 수명이 길어질수록 장애인의 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우리나라 인구의 5%가 장애인이라는 통계에 의구심을 갖는 이유는 UN의 통계 15%, 유럽 15%, 영국 18%와 많은 격차를 보이기 때문이다.

<코다>는 가족 4명 중 3명이 청각장애를 가진 가정에 태어난 자녀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듣고 말하지 못하는 환경 속에서 듣고 말하는 아이로 태어나면 고유한 재능과 특성을 일찍 발견하기 어렵고 비장애 자녀가 비주류로 소외될 수도 있다. 다행히 영화 <코다>에서는 재능을 타고난 있는 소녀가 음악적 소질을 발견하고 표현하는 감동적인 이야기와 펼쳐지는 휴먼 드라마다. 긴 터널을 지나가는 팬데믹 시대에 대중은 현란한 판타지 영화나 SF 대작보다 낮은 목소리로 마음을 다독여주는 따뜻한 가족 영화가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오래 전 교사가 되기 위해 사범대학교에 진학하여 특수교육을 공부할 때도 이미 특수아 교육의 주류화(분리교육보다는 주류main stream에서 교육하고 사회인으로 성장하게 하자)가 논란의 주제였는데 용어 선택의 어려움과 부자연스러움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채 남아있다. 하지만 장애인, 노인, 어린이, 그가 누구든 특성에 맞게 배려하며 불편 없는 사회를 만들러 가자는 것이 장애주류화의 취지라고 본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강을 건너려면 수영을 못 하는 어린아이를 안아주고, 노인과 장애인에게는 보호장구를 제공해야 한다. 장애가 있는 분들에게 비장애인 또는 미장애인과 똑같은 환경과 조건 속에서 살아가라고 하는 것은 평등이 아니다.

장애인 이동권이 이슈가 되고 있는 이 시기에 2022년 아카데미상 시상자로 무대에 오른 원로배우 윤여정 님의 자기 성찰이 담긴 인사말과 진정성 넘치는 수어가 큰 감동을 주었다. 지난 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고 올해 남우조연상 시상자로 나선 윤여정 님은 <코다>에 출연하여 남우조연상을 받은 청각장애인 배우 트로이 코처를 호명하며 서툰 수어로 축하의 인사를 전했다. 70대 중반 대배우의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배려심 넘치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이런 자세야말로 나이가 들어도 잊지 말아야 할 인간에 대한 예의이며 노인의 품격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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