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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해부대와 조직문화 특성
엄영환 컬럼위원 기자   입력 2023.05.12 am10:10   기사승인 2023.05.15 am12:02 인쇄
예비역 장교가 전하는 뉴리더십 이야기–6.
해군참모총장은 2023년 5월 3일 오전 11시, 부산작전기지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여러 지휘관 참모들과 함께 청해부대 40진 '광개토대왕함(DDH-Ⅰ, 3700톤)’ 파병을 환송하였다. 광개토대왕함장으로 근무하다가 이번에 청해부대를 편성하여 파병하게 된 지휘관은, 내게는 고교 10년 후배이다.

공교롭게도, 청해부대 38진으로서 임무를 완수하고 지난 2월에 귀국한 강감찬함장도 고교 9년 후배였다. 모교 후배 2명이 잇따라 소말리아해역 파병이라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 것이다. 10년 전 필리핀 파병을 다녀온 필자는 누구보다도 해외파병 임무의 중요성과 어려움을 온몸으로 체험한 바 있기에, 부산항 환송 행사장을 찾아 후배 부대장을 응원해 주었다.

청해부대는 소말리아, 아덴만 및 페르시아 해역에서 해적의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과 우방국 상선의 안전호송과 다국적 해양안보 작전에 참가하고, 서아프리카 원양어선단 보호 및 유사시 교민 철수 임무를 수행함으로써 국위선양, 해운안전 및 교민의 생명보호라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2012년 대한민국 상선 삼호주얼리호가 아덴만에서 해적에게 납치되었을 때, 대조영함의 해상작전헬기(Lynx) 및 특수전(UDT) 팀이 완벽한 작전을 펼쳐, 인질 21명을 모두 구출하고 해적을 제압한 사례는 청해부대가 수행한 작전으로 ‘아덴만의 여명작전’으로 유명하다.

광개토대왕함급 구축함의 청해부대 파병은 이번이 처음이다. 40진부터 파병 대상 함정은 기존의 충무공이순신급 구축함(DDH-Ⅱ, 4600톤)에서 DDH-Ⅰ급 구축함으로 확대되었다. 임무는 위에서 언급한 상선과 원양어선 등의 선박보호와 교민보호이지만, 미국, EU국가 해군들과 대테러, 대해적 등 다양한 해양안보작전과 군사외교 활동도 수행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임무와 조직은 DDH-Ⅱ급 구축함과 유사하나, 함정 톤수는 작고 승조원 수도 줄었다. 그러한 여건에서 청해부대장은 성공적인 임무완수를 위해 무엇을 고민해야 할까?

바로 조직문화의 특성을 잘 파악하여 DDH-Ⅰ급 부대인 광개토대왕함의 현실에 적합한 리더십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임파워먼트리더십을 적용하더라도, 부대 구성원들의 조직문화 특성에 젖어들어가 팔로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게 해야 한다. 해군의 구축함급 부대는 지상군으로 보자면 일반적으로 연대급 부대로 여기기 쉽다. 그러나, 병력 250여 명 외에 함정, 헬기, 단정 2척 및 유도탄과 함포 등 각종 무기체계를 운용한다. 조직은 광개토대왕함, 검문검색대(UDT), 항공대 및 경계 지원대(해병대 등)와 전대본부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이러한 다양한 하드웨어적 요소와 인적 인프라 외에 추가적인 고려가 필요하다. 지휘관의 가치관과 성격유형, 중간 관리자들의 성향, 승조원들의 사고와 행동 패턴 등이 해양이라는 움직이는 무대 위에서 다양한 상호작용을 하면서 조직문화를 형성하게 되고, 하나의 트렌드 속에서 임무수행과 함정생활이 이루어지게 된다는 점이다. 리더인 청해부대장은 바로 이러한 조직문화의 특성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부대의 지휘관과 조직원들간, 다양한 부서원들간에 상호 시너지효과는 발생시키고 갈등요소는 최대한 줄이며, 갈등이 생기더라도 원활한 소통과 개방적 사고로 해소해 나갈 수 있는 수평적 파트너십을 효과적으로 접목해야 한다.

한번 형성된 조직문화는 쉽게 변하기 어렵다. 사람의 사고방식이 리더가 지시한다고 해서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톨스토이는 "모두가 세상을 변화시키려고 하지만, 정작 스스로 변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라고 말했다. 한편, 조직문화의 폐해를 설명하는 유명한 실험 사례가 있어 소개한다.

어느 대학에서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다. 한 교수가 10명의 학생을 실험자로 선정하였다. 그런데, 9명만 따로 불러서 10명에게 “2+2는 얼마인가? 라고 물으면, 5라고 대답하라"고 당부한 후, 실험 교실에 10명 모두 모이게 하였다. 교수가 학생들에게 한명씩 "2+2는 얼마인가요?" 질문했고 학생들은 천연덕스럽게 "5요" 라고 대답했다. 교수가 사전에 부르지 않았던 10번째 학생은, 처음에는 '장난하나?' 라고 생각했다가 점점 4가 의심할 수 없는 정답이라는 확신이 흔들렸고, 자신의 대답 차례가 왔을 때, 고민하다가 끝내는 그 학생도 5라고 명백한 오답을 말했다.

이 실험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오도된 집단지성의 폐해' 라고 거창하게 말하지 않더라도 다음과 같이 볼 수 있다. 잘못된 조직문화, 불건전하거나 바람직하지 못한 트렌드가 어느 조직에 지배적으로 흐르면, 그 악영향이 조직의 성과향상이나 행복한 근무여건 조성에 크게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보다 전문적인 리더십 측면의 조직문화 진단은 리더와 조직구성원들의 성격유형검사, 조직진단 등을 통해 상세히 파악 가능하다. DISC, 에니어그램, MBTI 성격유형검사 등의 도구를 사용할 수 있다.

5월 3일 출항한 청해부대 40진 광개토대왕함은 39진 충무공이순신함과 현지에서 임무 교대 후 올 11월까지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고 한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하는 임무를 완수하고 대한민국의 국위선양과 해군의 위상을 향상시키길 기원한다. 이를 위해 일사분란한 수직적 지휘체계와 관계 중심의 수평적 파트너십을 창의적으로 융합시켜서, 리더의 지휘관리권과 팔로워들의 기본권이 효과적으로 보장되기를 바란다. 아울러, 조직문화 특성을 반영한 관계 중심의 수평적 파트너십은 해군 함정은 물론 군 조직, 기업, 공공조직, 지역사회 공동체 및 가정 등 다양한 조직에서 적용될 수 있음을 강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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