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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돌사신(曲突徙薪)
고기연 산림항공본부장 기자   입력 2023.05.25 pm01:12   기사승인 2023.05.25 pm01:15 인쇄
Enough is enough 시리즈
▲ 고기연 산림항공본부장 ©시사강원신문
지난 4월 11일 아침 시간 강릉에서 발생한 산불은 경포호 북쪽 지역공동체를 검게 그을린 후 때마침 내린 비에 힘입어 진화되었다. 강릉산불 발생하기 1주일 전인 4월 4일에는 3일 전에 발생한 충남 홍성 등 5곳 발생한 대형산불 역시 큰 피해를 남기고 마무리되었다. 4월 초 서남부 지역에 집중되었던 동시다발 산불은 여태까지 위험이 덜하다고 간주되던 지역도 더이상 안전지대가 아님을 확인시켜 주었다. 이제 산불은 봄철에 일상화된 느낌이 든다. 산불정책 수립도 하고 현장에서 진화를 관리하는 일을 경험한 필자는 최근 산불이 대형화, 전국화 그리고 여름 장마철 제외하고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연중화 경향을 보인다고 생각한다.

중국 고전에‘곡돌사신’이라는 말이 있다. 즐겨 읽는 책‘흔들리는 나를 위한 1일 1철학’에 나오는 글이다. “화재를 미리 방지하기 위해 굴뚝을 꼬불꼬불하게 하고, 아궁이 부근의 나무를 다른 곳으로 옮겨놓는다”라는 뜻이다. 뜻풀이를 좀 더 하면, 한나라 때 어떤 사람이 어느 집 앞을 지나다가 굴뚝이 너무 반듯하게 세워져 있는 것을 본다. 그리고 부근에 땔나무가 잔뜩 쌓여있는 걸 보고 주인에게 한 말이 ‘곡돌사신’네 글자였다. 그러나 주인을 그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어느 날 그 집에 큰불이 났다. 마을 사람들이 급히 달려와 불을 꺼주자 주인이 사람들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잔치를 베풀었다. 이때 한 사람이 말했다. “그때 당신이 행인의 말을 들었더라면 불이 날 일도 없었을 것이오. 그 행인의 충고는 무시하고, 우리를 귀하게 대접하니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오”.

산림청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5월 23일까지 전국적으로 509건의 산불이 발생했다고 한다. 울진/삼척의 초대형산불 기억이 생생한 작년 동기간에 발생했던 578건보다 줄어든 수치이다. 그렇지만 10년 평균 수치 403건보다는 훨씬 많은 산불발생 현실이다. 지난 4월 초 대형산불 5건이 발생하던 시기에 전국에서 산불 65건이 발생하였다고 산림청은 밝혔다. 경제 선진국에는 어울리지 않는 후진적인 산불 예방 수준이다. 산불 가해자에게 응당한 책임을 묻는 것은 효과적인 예방책이 될 수 있다. 대형급 진화 헬기 한 대가 진화하면서 소비하는 항공유 시간당 5백만 원 포함하여 진화에 드는 비용은 상당하다. 이를 원인자에게 부과한다면 사회에도 작지 않은 경종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 산불연구의 원조 격인 강원대 이시영 교수에 따르면, 산불발생에는 3요소가 있다고 한다. 열(성냥), 연료, 그리고 공기로서, 이중 한 가지만 없어도 산불은 시작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람이 할수 있는 것은 열과 연료 관리이다. 성냥이나 라이터 등 화기물을 휴대하고 숲에 들어가지 않아야 한다. 산림 내 쌓여있는 연료물은 주기적으로 제거하는 것이 필요하다. 숲 주변에 주택 등 시설이 있다면 불에 탈 수 있는 연료물은 사전에 제거해주어야 한다. 매번 대형산불이 나면 진화헬기, 진화차의 확충이 추진된다. 진화자원을 최대한 동원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사전 예방이다.

소나기는 피해야 한다. 우산 없이 무작정 비를 맞으면 감기에 걸린다. 바람 부는 날 가정에서 생활쓰레기를 태우고, 농민들은 논밭두렁을 태운다. 모두 산불로 이어질 수 있는 고쳐지지 않는 관행이다. 산불이 자주 난 지역에서 나무를 심는 경우에는 향후 산불위험을 고려해야 한다. 충분한 고려 없이 화재에 취약한 방식으로 식생 복원하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귀농 귀촌하면서 산밑에 전원주택을 짓는 것을 본다. 미국에서는 산불위험을 고려해서 숲과 시설 사이에 식생을 제거하여 안전한 이격공간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미 서부의 수많은 별장이 산불로 소실되고 나서 마련한 정책이다. 지난해 8월 수도권 집중호우로 경기 광주에서 산사태가 발생하여 전원주택 여러 채가 매몰되는 피해를 봤다. 숲은 보기 좋은 경관이지만 거기에 사는 것은 별개의 사항이다. 향후 산불위험을 고려할 때 시설 주변 숲은 일정 넓이 폭을 무림지대로 관리하는 것도 한 방안이다.

한서에 나오는 사자성어‘곡돌사신’은 앞으로 올 수도 있는 환란을 예상치 않고 사후처리만 하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위험에 처한 재산을 소유한 주인이 예방 자구책을 먼저 마련하는 것이 현명함을 가르치고 있다. 우리나라 국토의 63%가 산림으로 구성되어 있고, 생활공간 어디서나 숲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봄철은 건조하고 강하게 부는 바람은 산불발생 위험을 주기적으로 증대시키고 있다. 향후 시민들이나 관계자들이 고전의 가르침을 좀 더 귀담아듣는다면 산불위험에서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데 보탬이 될 것이다.

sisag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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