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삶
한무룡 컬럼위원 기자
입력 2024.11.08 pm01:31 기사승인 2024.11.11 am12:00
작가로서나 교수로서, 장관으로서 다른 사람이 못 해본 온갖 삶을 다 살다간 이어령 선생은 본인의 삶을 ‘실패’라고 말한 적이 있다. 진정 자신을 잘 아는 가족과 친구, 삶의 동행자를 갖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는 불가능일 수 있다. 자신을 잘 아는 사람은 자신 외에는 없기 때문이다.
유명 랍비가 죽음을 앞두고 펑펑 울며 자신의 삶은 실패라고 하였다. 당시 최고의 학문을 갈고닦아 많은 사람으로부터 존경을 받고 살았던 분이라 제자들은 의외라고 생각하며 이유를 물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자기는 제자들처럼 한 번도 신나게 먹고 마시고 노는 평범한 삶을 살아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어령의 삶도 이렇지 않았을까? 작가로서나 여러 가지 방면에서 인정받고 유명해질수록 오히려 자신은 어떤 기준이나 틀에 점점 갇히는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감성이 풍부한 작가시니 혼자 훌쩍 어디론가 떠나 아무한테도 방해받지 않고 자기만의 세계에 들어가 한두 달 이상 살다 오고 싶을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자유로워지고 싶어도 자신이 만든 세계가 그물이 되어 자기를 옥좨들어 온다. 이러한 몸과 마음을 이해해 줄 가족이나 친지는 없다. 없는 것이 아니라 이어령의 깊은 세계까지 같이 들어갈 수 있는 능력 있는 사람이 없다는 말이 맞겠다.
평소 존경해마지 않던 이어령 선생님께 “지도자는 고독하다”라는 고 드골 프랑스 대통령의 말이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겉으로는 누가 봐도 부러운 삶이 스스로에게는 완전히 공허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전혀 가치 없는 삶이란 뜻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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