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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지진(背水之陣)
고기연 컬럼위원 기자   입력 2024.11.29 pm12:05   기사승인 2024.12.02 am12:00 인쇄
- Enough is enough 시리즈 -
▲ 고기연 컬럼위원(산림항공본부장) ©시사강원신문
일상이 전쟁일 때가 있다.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그렇다. 얼마 전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300㎞ 사정거리 지대지(地對地)미사일인 에이태큼스(ATACMS) 사용을 허용하였다. 러시아는 핵 위협으로 맞서며 3차세계대전 가능성도 이야기되고 있다. 그러나 주식거래는 여전히 활발하다. 11.20일 자 경제신문을 보니 지정학적 안보위기에도 미국 주식시장인 나스닥지수는 되레 상승했다고 한다. 대내외 중요한 이슈들을 보고도 시민들은 희망을 더 보려 한다. 개인적으로 어떻게 할 수 없고 긍정적인 생각이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당국은 다르다. 배수지진(背水之陣)의 자세로 대처해야 한다. 이 사자성어는 중국 고전 사기(史記)에 나오는 표현이다. 중국 전한(前漢) 시대에 한신이 조나라와의 전투에서 퇴로가 없는 강가에 진을 치게 한 데서 유래하였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상황에서 쓴 군사전략이다. 등 뒤에서 적(敵)을 맞는 위기의 순간에 취할 수 있는 생존의 방식이다.

어느 때가 평탄할 날이 있었을까마는, 요즘도 마찬가지이다. 사회적으로 기후변화,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해결되기보다 악화되고 있다. 필자가 종사하는 산림분야에서도 재선충병이 확산되어 문제이다. 집단발생지는 모두베기를 하고 편백이나 참나무 등으로 수종전환을 추진하겠다는 방침도 있다. 그러나 1970·80년대 치산녹화 시기에 대량 조림한 소나무는 우리 숲의 28%를 차지한다. 경제적, 사회 문화적으로 위상이 남다른 소나무를 쉽게 포기할 수는 없다. 또한 이러한 문제들의 해결을 미래세대에 미룰 수는 없다. 주요 문제의 해결에 있어 배수지진의 정신이 요구되는 현재이다.

기후변화는 지구의 기후 시스템이 통제받지 않는 인간 활동으로 인해 급격히 변화하는 현상이다. 무분별한 자연파괴, 대량 생산과 소비패턴에 따른 자원의 낭비, 과도한 탄소 배출이 주요 원인이다. 또한, 산불은 산림 훼손을 가속하고 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 캐나다, 러시아 그리고 지중해 연안에서 대형산불이 빈발하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수개월 동안 이어진 캐나다 산불로 이산화탄소 6억 4천만 톤이 배출되었다고 한다. 이는 2022년 일본과 러시아에서 화석연료를 통해 나온 탄소배출량보다 많은 양이다. 현재와 같이 산불로 인한 피해가 계속된다면 탄소배출을 감소시키는 노력은 공염불이 될 것이다. 개인들도 대중교통인 버스를 타기보다 나 홀로 운전하는 경우가 많다. 정책 따로 시민 따로일 경우 탄소중립은 헛구호가 될 것이다. 2023년 기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420ppm에 도달했다. 산업화 이전보다 약 151% 증가한 수치이다. 현장에서 작동 가능한 정책이 필요하다. 기후변화 대응에서 배수의 진을 펴야 한다.

저출산·고령화는 인구구조의 급격한 변화를 의미한다. 젊은 층의 출산율 감소와 노년층의 증가로 인해 경제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 또한 지역의 소멸, 경제활력의 저하 등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출산 장려 정책과 함께 노년층의 사회적 참여를 활성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2023년 기준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2006년부터 15년간 380조 원의 예산을 투입하고도 출산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반면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025년에는 2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글 쓰면서 잠깐 드는 의문은 AI 시대에 노동력의 양, 인구 숫자에 매달리는 것이 현명할까이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기도 하다. 저출산·고령화 정책에 대한 업사이드다운식 혁신이 필요한 때이다.

소나무재선충병 확산으로 인한 손실액이 1조 5천억 원이라고 요즘 쓰는 AI앱은 이야기한다. 재선충병 피해는 2014년 218만 그루에서 2021년 30만 그루로 줄었지만, 최근 기후변화 등 수목의 생육 여건 악화로 감염목이 2023년에는 107만 그루가 발생했다. 현재 북상하는 재선충병 피해로부터 소나무 숲을 보호하기 위해 배수지진의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예산 투입의 확대와 더불어 방제와 관련되어 가용할 수 있는 수단들을 총동원해야 한다. 다른 요인으로 제약했던 검증된 효과적인 방제기술도 적용할 필요가 있다. 남부 지방에 주로 분포한 피해극심지역이 중·북부지방으로 확대될 경우 그 피해는 가늠하기 힘들 것이다. 우리 보물산을 지키기 위해 시민들도 제2의 치산녹화의 정신으로 갈색으로 변해가는 소나무 발견과 관계기관에 신고하는 노력으로 동참하였으면 한다.

한신이 펼친 배수(背水)의 진(陣)은 승리를 고려한 전략이 있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단순히 생존과 방어를 위한 것만은 아니었다. 명장 한신은 병사 1만 명을 강 앞에 배치시켰지만, 별도로 2천 명은 적군의 성채 바로 뒤에 매복시켰다. 이러한 치밀한 전법에 훨씬 많은 병력을 보유한 조나라는 대패할 수밖에 없었다. 죽기 살기로 싸우는 한신의 용감한 군사들에게 패퇴하면서 적들은 돌아갈 성도 이미 한나라에 점령되어 오도가도 못하게 되었다. 사즉생(死則生)의 정신이 배수지진이 주는 교훈이다. 시민들도 방관하고 구경만 할 수는 없다. 주요 위기의 국면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있다. 예를 들면 민방위훈련 참여시 대피장소에 가져갈 비상식량과 스마트폰 충전기를 담는 배낭을 준비하는 것이다. 주요 위기 앞에서 웅크릴 수 없다. 관련 당국은 국가와 국민의 생존과 발전을 위하여 배수지진과 같은 리더십이 필요한 요즘이다.

sisag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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