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물이 마른 도시, 책임도 말라버렸나”
김승배 객원 컬럼위원 기자
입력 2025.09.05 pm02:21 기사승인 2025.09.08 am07:36
2025년 가을, 강릉은 물이 사라진 도시가 되었다.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13%대로 추락했고, 시민들은 제한급수와 절수 캠페인 속에서 일상의 기본을 포기해야 했다. 강릉시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그 수단의 대부분은 시민의 양심과 인내에 기대고 있다. 이쯤에서 묻지 않을 수 없다. 물 부족 사회에서 절수는 과연 개인의 책임인가?
물은 생존의 기본이다. 전기나 통신처럼, 물 역시 공공 인프라로서 안정적으로 공급되어야 할 필수 서비스다. 만약 한국전력이 전기를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거나 통신사가 불통 사태를 초래했다면, 그 책임은 분명히 물었을 것이다. 그런데 수돗물 공급이 중단되고 농민과 기업이 생존의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행정은 시민에게 “함께 버텨달라”고만 말한다. 책임은 어디에 있는가?
강릉의 사례는 물 부족이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라, 관리 실패와 정책 부재가 만든 인재(人災)임을 보여준다. 반복되는 가뭄에 대비한 중장기 수자원 전략은 부재했고, 저수지 확충이나 관정 개발은 뒷전이었다. 그 결과, 시민은 샤워를 줄이고, 농민은 작물을 포기하며, 숙박업소는 손님에게 양해를 구하는 일상이 되었다.
절수는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은 위기 대응의 일부일 뿐,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절수는 시민의 도덕적 선택이 아니라, 행정이 책임을 다한 뒤에 요청해야 할 협력이다. 강릉시가 진정으로 시민과 ‘함께’ 위기를 극복하고자 한다면, 물 관리의 구조적 문제를 직시하고, 실질적인 대책과 보상, 그리고 투명한 소통으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물 부족 사회에서 절수는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과제다. 그리고 그 공동체를 이끄는 것은 행정이다. 시민은 이미 충분히 협력하고 있다. 이제는 행정이 응답할 차례다. 침묵하는 저수지 앞에서, 우리는 그 책임을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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