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파손 복구비, 왜 국민이 부담해야 하나
김승배 객원 컬럼위원 기자
입력 2025.10.18 pm01:42 기사승인 2025.10.20 am12:00
도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공공 인프라다. 그만큼 유지·보수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며, 사고로 파손된 시설은 ‘원인자 부담 원칙’에 따라 복구비를 징수하는 것이 법적 원칙이다. 그러나 최근 국토교통부와 한국도로공사의 복구비 징수 실태를 보면, 이 원칙은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송기헌 국회의원이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일반국도에서 발생한 도로안전시설 손괴 복구비 징수결정액은 14억 1,700만 원에 달했지만, 실제 수납액은 1억 9,800만 원으로 13.97%에 불과했다. 미징수율은 무려 86.03%. 매년 2억 원대의 복구비가 고스란히 국민 세금으로 충당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징수 실패의 원인이 대부분 ‘원인자 확인 불가’라는 점이다. 국토부는 손괴자 추적을 위한 장비도, 징수 매뉴얼도 없다고 밝혔다. 「도로법」 제35조에 명시된 ‘원인자 부담 원칙’이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는 이유다. 복구는 선행되지만, 징수는 사실상 포기된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고속도로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4년까지 고속도로 손괴 복구비 부과액은 총 1,774억 원이었지만, 이 중 58억 원이 미징수됐다. 특히 2024년 한 해에만 37억 원이 미징수되며, 2018년 대비 61.7배나 급증했다.
미징수 사유는 ‘보험 미적용’, ‘보험 미가입’, ‘소송 중’, ‘외국인·도주’ 등 다양하다. 음주운전, 무면허, 보험 특약 제외 등으로 인해 보험사 면책이 늘어나면서 도공이 손괴자 개인에게 직접 징수해야 하는 구조지만, 추적 장비나 전담 조직이 없어 실질적인 집행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도로공사는 손괴자 추적을 위한 전용 CCTV나 번호판 인식 장비를 보유하지 않고 있으며, 교통관리용 CCTV도 ‘교통 소통 관리용’으로만 운용돼 복구비 징수에는 활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복구비는 국민의 세금으로 메워지고 있다.
송기헌 의원은 “도로를 파손한 사람이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법에 명시돼 있음에도, 정부의 미온적 대응으로 수십억 원의 복구비가 국민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국토부와 도로공사는 책임 있는 감독기관으로서 손괴자 추적장비 도입, 손괴다발구간 지정, 징수 관리 매뉴얼 마련 등 전면적인 제도 개편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로는 모두가 이용하는 공공재다. 그만큼 관리 책임도 공공기관에 있다. 복구비 징수 실패가 반복된다면, 결국 그 부담은 국민에게 돌아온다. 이제는 책임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법은 지켜져야 하고, 공공기관은 그 책무를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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