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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장품과 불천위(不遷位), 그리고 삶의 지혜
    한무룡 컬럼위원 기자   입력 2025.11.28 pm03:01   기사승인 2025.12.08 am12:00 인쇄
    ▲ 한무룡 컬럼위원 ©시사강원신문
    사람에게는 억만금을 준다 해도 바꾸지 못할 물건이 있다. 그것은 단순히 값비싼 명품이어서가 아니라, 삶의 기억과 사랑이 깃든 물건이기 때문이다. 병으로 세상을 떠난 누나가 생전에 아끼던 만년필을 내게 남겨주었다면, 그 만년필은 어떤 고가의 필기구와도 바꿀 수 없는 애장품이 된다. 책도 마찬가지다. 흔한 책이라도 특별한 인연과 의미가 담겨 있다면 보물처럼 간직하게 된다.

    국립중앙박물관 이태희 학예연구관은 칼럼 ‘대청소에서 살아남은 책들’에서 이런 책에 ‘불천위(不遷位)’라는 표현을 부여했다. 원래 불천위란 국가에 큰 공훈을 세운 인물에게 내려지는 영예로, 4대 봉사가 끝난 뒤에도 사당에서 계속 제사를 지낼 수 있도록 허락된 신위를 뜻한다. 일반적으로는 4대가 지나면 신위를 땅에 묻지만, 불천위는 옮기지 않고 영구히 모신다. 퇴계 이황이나 우암 송시열 같은 인물이 대표적이다. 한 가문으로서는 더없는 영광이기에 제사 또한 더욱 정성을 들여 지낸다.

    오늘날 불천위의 의미는 많이 퇴색했지만, 책에 적용된 표현은 오히려 적절하다. 이사할 때도 버리지 않고, 후손에게는 다른 책은 다 정리하더라도 이 책만은 남겨 읽으며 삶의 지표로 삼으라는 당부가 담긴 책이라면, 저자로서는 최고의 영광일 것이다. 상상만 해도 황홀한 일이다.

    일반인들이 저서를 남겨 후손에게 전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인성에 관한 말과 삶의 지혜를 남길 수는 있다. 그것이 가문에 전해져 전통이 되고, 결국 불천위처럼 영구히 이어진다면 더없이 값진 일이 될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인성교육에 좋은 영화 한 편을 소개하고 싶다. 오스카 수상작 단편영화 〈The Neighbors' Window〉(20분 37초)는 “이웃을 부러워하지 마라. 그들도 우리를 부러워하고 있다”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겉으로 보기에 화려해 보이는 삶도 그 안에는 누구나의 고단함과 결핍이 존재한다. 타인의 삶을 부러워하기보다 자신의 삶 속에서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 진정한 행복임을 일깨운다.

    결국 애장품이든 책이든, 혹은 한 편의 영화든, 그것이 우리에게 남기는 교훈은 같다. 삶의 본질은 외부의 화려함이 아니라 내면의 성찰과 관계 속에서 빛난다는 것이다. 불천위처럼 영원히 간직할 가치가 있는 것은 물질이 아니라 마음과 지혜다. 그것을 후손에게 남길 수 있다면, 우리는 이미 가장 값진 유산을 전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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